서울 맛집 로드 제7장
차를 타고 구불구불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나오는 이곳.
한적하고 조용한 개울이 흐르는 이곳은 장수 누룽지 백숙입니다.
여름이 다 끝나가고 입추가 다가온 지금도 더위는 끊임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땀구멍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보충해 줄 무언가를 본능적으로 찾게 됩니다.
저는 앞서 말했듯이 더운 날에 땀을 빼가며 먹는 것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원기보충을 해줄 뜨끈한 음식들을 고민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일행 중 한 명이 누룽지 백숙을 외쳤고 저는 올타구나 싶어 얼른 그곳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차가 없이 가기에는 조금 부담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걸어오시는 분들도 꽤 계셨습니다.
옆에는 물이 쪼르륵 흐르고 있기 때문에 왜인지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에 온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기분도 낼 겸 사진이라도 찍고 싶었지만 워낙 푹푹 찌는 날씨에 재빠르게 식당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오는 길에 미리 예약을 했기에 기본 반찬 세팅이 되어있었습니다.
밑반찬이 많았지만 본능적으로 눈이 간 것은 당연히 김치였습니다.
이곳에서는 김치를 섞박지와 배추김치 그리고 갓김치 이렇게 세팅해 주십니다.
부지런하게 가위를 이용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줍니다.
그 와중에 메뉴판을 보니 누룽지 백숙 이외에 부추전이 눈에 띕니다.
빠르게 부추전도 시켜준 후에 음식을 기다리는데 가게에서 풍기는 맛집 포스에 압도당합니다.
드디어 음식이 나왔고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약재들은 코에 지긋한 한방 향을 풍기면서 저희를 반겨줍니다.
압도적인 비주얼.
잘 삶아진 거대한 한 마리의 닭과 누룽지 닭죽이 따로 나왔습니다.
저는 닭의 부위와 상관없이 모두 좋아하기에 부드럽고 쫄깃한 닭다리살과 허벅지 살은 일행들에게 넘기고 닭가슴살부터 크게 한 덩이 집어 들었습니다.
그 후 누룽지 닭죽을 접시에 가득 퍼봅니다.
중간중간에 큼직한 누룽지들이 딸려 올라오는 모습에 혼자 몰래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닭가슴살을 젓가락으로 찢어주고 그 위에 닭죽의 국물을 한 스푼 적셔줍니다.
그 후 소금을 젓가락으로 찍어 고기 위에 얹은 후 한입 해봅니다.
황홀함.
촉촉하게 국물을 머금은 가슴살은 제 혀 위에서 보란 듯이 춤을 춥니다.
한번 씹을떄마다 느껴지는 건강한 향과 깊은 국물의 맛.
얼른 나머지 한입도 하면서 그 뒤에 섞박지도 한입 해줍니다.
적당이 익어 김치의 신맛과 액젓의 풍미 그리고 매콤한 고춧가루가 느껴지며 시원하게 보관된 섞박지답게 씹을 때마다 청량감까지 줍니다.
완벽한 조화.
이번엔 닭죽 차례입니다.
소금을 치기 전에 본래의 향과 맛을 느끼기 위해 크게 한입 떠서 먹어봅니다.
뜨거운 김을 식히지 않고 입 안에서 호호 불어가며 음미를 해 봅니다.
담백한 맛이 일품이며 중간중간 씹히는 닭고기의 식감이 아주 완벽합니다.
이번엔 소금을 뿌린 후 잘 섞어서 큰 누룽지 덩어리를 한입 해 봅니다.
국물 속에서 오래 끓였지만 아직 남아있는 바삭하면서 쫄깃한 식감.
호불호가 갈릴 수 없는 담백하면서 소금으로 업그레이드가 된 진한 맛.
이번엔 배추김치와 함께 한입 해봅니다.
배추김치에 묻어있던 양념이 입 안에서 닭죽과 절묘하게 합쳐 저 닭죽의 부족한 자극을 채워주는 맛입니다.
술 한잔 생각났지만 바로 뒤에 풋살 경기가 있었기에 잠시 참아봅니다.
마지막으론 부추전입니다.
백숙을 정신없이 먹던 와중에 뒤늦게 시킨 부추전이 도착합니다.
방금 막 구워져 나와서 보기만 해도 바삭함이 가득해 보입니다.
떨리는 마음과 손을 뒤로하고 얼른 부추전의 끄트머리 부분을 잘라 함께 온 간장양념에 찍고 양념 안에 청양고추까지 곁들여 한입 먹어봅니다.
먹자마자 느껴지는 기름의 고소함 그리고 과자같이 바삭한 식감.
죽과 백숙 모두 부드럽고 담백하기 때문에 부족한 식감과 맛을 채워주기 충분한 메뉴였습니다.
어느새 식사를 마치고 전부 깨끗하게 비워진 접시들을 보며 왜인지 모를 뿌듯함을 느껴봅니다.
원기 보충이 제대로 되어 이 이후에 있을 경기에서 엄청나게 힘을 잘 쓸 거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전 힘과 체력을 비교적 안 써도 되는 골키퍼입니다)
가게를 나오니 아직도 뜨거운 해가 저희를 맞이해 줍니다.
하지만 이제는 무섭지 않습니다.
제 몸에 에너지를 가득히 채우고 나왔기 때문이죠.
더운 날에는 원기회복이 꼭 필요합니다.
요즘은 백숙은 나이 든 사람들이 먹는다는 시선이 강해서 복날을 포함해 여름에 닭을 먹어야 한다면 치킨으로 발걸음을 많이 향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담백하고 깔끔한 누룽지 백숙을 먹는다면 속도 편안히 더위를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하고 행복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그 집.
김치와 백숙의 조화가 완벽한 이곳.
바로 장수 누룽지 백숙입니다.
별점: ★ ★ ★ ★ ☆ (4.6)
1. 위치
경기 남양주시 불암산로 113
2. 가격대
추천 메뉴:
닭 누룽지 백숙 - 55,000원
부추전 - 7,000원
3. 영업시간
10:00 ~ 21:00 (월~일)
4. 연락처
0507-1309-0045